2015년 2월 23일 월요일

그림쟁이?

나는 스스로를 '그림쟁이'라고 잘 표현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굳이 내 직업을 소개해야 할 때면


"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입니다."
라는 것 보다는 좀 더 에둘러서

"저는 그림을 그리는 걸로 먹고 삽니다."
라고 이야기 한다.


그림이란 분명 내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가장 큰 것이지만
'그림' 그 단어 자체가 나라는 사람을 딱 집어서 설명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는 곳에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체성을 지키려 굳이 항상 펜을 주머니에 우겨넣고 다닐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그림은 여차할 때 나라는 사람을 단련시켜주는 좋은 필독서나 운동기구같은 것이고,
여차할 때 내 생각이나 감정을 좀 더 거리낌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과 어느 하나의 부류를 이룬다는 생각은 전혀 갖고있지 않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그림쟁이라는 그 대열에 쭉 늘어져있다고 치자.

그림에 서열이나 실력의 격차란게 있을까?


정말 학창시절부터 굉장히 집요하게 늘어지는 논제인데.

일단 내 의견을 쭉 늘어놓자면 이렇다.

-사람은 누구나 생각이란 걸 할 수 있듯이 그림은 누구나 그릴 수 있다.
-모두가 세상을 똑같은 잣대로 볼 수 없기에 여과되는 생각은 모두 다르다.
-때문에 생각을 통하고 손을 거쳐서 담겨나오는 그림은 또한 다르다.

만약 그림실력을 재는 미터기란게 있다면
단언컨데 그 미터기의 이름은 바로 '편견'이다.


누군가가 정말로 화려한 느낌의 그림을 그린다면, 정말로 강렬한 색채의 그림을 그린다면
그 비결은 색감을 잘 쓰는 이전에, 베이스컬러나 보색을 화려하게 섞는 차원보다 더 이전에

그사람의 머릿속에 그 풍경이 이미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난 특히나 그런 이유로 나를 포함해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굳이 '그림쟁이'같은 틀에 집어넣지 않는다.
 "그림을 그린다"는 건 "말이나 글을 빌리지 않는 다른 문법을 쓰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 옳다고 보기 때문에.

댓글 7개 :

  1. 주체가 본인이 되고 객체가 그림이 되야죠.
    그리고 사실 자신의 행위에 그리 많은 동기부여를 주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이건 취미건 뭐건 하다보면 익숙해지고 그러면서 나에게 맞는 걸 찾아나가는 거지, 거기에 집착하기 시작하는 순간 아집과 허영심도 따라와버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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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감합니다. 어딜가나 그런 사람들은 있겠지만 그림을 그리는 사람중에서도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야. 너희와는 다르다, 너희와는' 이라던지, '네 그림실력이 형편없으니 게시판에 올리지 마라'던지, 그런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마치 입시미술 처럼, 그런 자격지심에 절어있는 사람들이 형태니 뭐니 그림의 기술적인 부분만을 비판하고 강조할 수록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리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입시학원을 나오고나서 입시그림체를 떨친다고 참 고생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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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는 미술학원을 오래 다녀본 적이 없어서 그런데, 입시그림체는 어떤 걸 말하나요? 학교공부처럼 정해진 틀에서 오직 기술적인 평가만을 위해 그려지는 그림체라는 건 알겠지만, 그런 걸 그려본 적도 없고(깡독학이다보니) 본 적도 없어서 확 와닿지가 않네요. 영어영문과 학생에게 수능 문제집 보여주는 것 이상의 쇼크라는 건 알겠지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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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입시미술은 보통 자신이 지망하는 학교에서 보는 실기시험 기준으로 그림을 정형화시킵니당.
      지역에 따라, 학교에 따라, 혹은 교수 입맛에 따라서 '잘붙는 그림'의 패턴을 만드는거죠.

      개인의 개성을 오히려 죽이고 특징을 없애버려서 이론으로 "구도는 삼각구도, 주제는 크게, 색배합은 3색이상 제한"하는 등, 잘나오는 재료가 있으면 각도는 무조건 이렇게 해야하고 등등..ㅋㅋ

      옛날엔 석고소묘같은것도 했는데, 시험장에서 안좋은 위치에 걸리니까 아예 다른방향의 모습을 완전히 외워가지고... 뒤통수가 걸렸는데 45도 얼짱각도로 그리는 사람도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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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엌... 생각보다 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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