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6일 목요일

내가 그림을 그림을 시작한 게 잘못일까

아니면 연습을 못한 이유로 아직도 실력이 형편없어서 밑바닥에서 허우적거리는걸까.



애초에 그림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더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밥한끼 먹는 조건으로 몇달씩 초과근무 연달아 하면서도, 업계가, 모두가 이렇게 가기 때문에 그냥 그 속의 개미 하나로 굴러가는 삶보다...

돈한푼 안받으면서도 부탁받으면 그려줘야지 그려줘야지 하면서 결국 회사일에 치이고, 다른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하루하루 내가 뭐하고 있는건지 모호한 이런 삶보다...


그냥 이런 일 시작하지말고 다른 돈벌이 좋은 일들을 했더라면 내 인생은 지금 어떤모습일까.


가족들에게 부담주고, 빚까지 떠넘기면서 내가 하고싶었던 걸 하고싶다고.
그렇게 뛰쳐나왔더니 지금 고작 꼴이 이렇다.

크게 바뀌지도 않은 겉모습 때문에 나한테는 그저 느리게만 여겨지던 시간이
올해의 엄마 아빠에겐 그렇지가 않더라.
1년 2년 띄엄띄엄 찾아뵐 때 마다 늘어가는 주름을 볼 때...
어떻게든 될 것만 같던, 현실에 안주하고만 있던 생각이 억장과 같이 무너진다.

"내 꿈이고 내 인생이면, 하고싶은걸 하는건 좋다할 수 있다."
"당장 굶어도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하면서 살면 된다."

하지만 그 댓가가 너무 크다.

내가 나 하나도 아닌 다른사람을 굶길 권리까지는 없는거다.


요즘 여기저기 치이면서 위안삼아 계속 내 흔적을 찾는 일이 잦아지고 보니
겨우 날 지탱하고 있는 거라고는 그나마 내 그림을 칭찬해주는 사람들.

말 그대로 잘했다는 증명도장...

그것 뿐이고 아무것도 없다.


그동안 좋아하는 걸 하려고 참고, 버티고, 늘어지고, 달려들고, 피칠갑이 되면서 까지 뒹굴었던 결과가 결국 저걸 위해서란 생각도 든다.


근데도 이런 종류의 비참한 기분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또 아무것도 못하고 버둥거리기만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모든 것들에 하나하나 적응해가고있다.

행복이 희박하다는 것에 적응하고,

현실이 척박하다는 것에 적응하고,

한번 시작한 이상 갈 수밖에 없는 걸 알고

아예 굳은살이 박힐 수 있게. 계속 피범벅이 되도록. 날 집어들어서 잡아던지고 또 던진다.




이젠 무엇 하나라도 놓치게 되면

전부 싸그리 다 무너질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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