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8일 금요일

나는 중도적인가

권력이든 뭐든 관리하는 입장이 여론 앞에 놓이면 행동이든 발언이든 뭐든 간에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 없게 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는 정치적으로 중도적인 성향"이라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난 그것이 모순되었다는 본론을 먼저 말하기 이전에, 그 「중도적인 성향」이라는 의견 자체가 일종의 모순이라는 걸 주장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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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내가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앞서 적는 것 처럼 빙빙 둘러서 말하는 경우를 좀 짚고 넘어갈 텐데, 일단 그건 곡해의 여지를 사전에 남기지 않으려는 의도가 크다.

풀어보자.

-그건 곡해의 여지를 사전에 남기지 않으려는 의도가 크다.-
= 그건 -사실을 모르고 하는 착각이 아닌- 의도가 담긴 왜곡의 빌미나 가능성을 사전에 만들어두지 않으려는 생각이 -물론 다른 의도도 있지만- 더 많은 편이다.

길게 풀면 여기까지 늘일 수 있다.


요컨데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의사소통의 본질인데, 소통의 편리함에 치중하다 오히려 더 불편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물론 일상대화에서 저렇게 조잡하게 늘어놓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생각이나 마음의 전달은 복잡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의도는 그렇지 않았는데 오해를 산」경우는 대체로 전달어휘가 잘못인 경우거나 혹은 어휘자체는 문제가 없었으나 시간이나 장소를 잘못 고르는 경우이다.
여지를 만들어 둔다는 것은 그런 거다. K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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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와서, 이들이 말하는 정치적인 중도라는 건 기존에 놓인 상반된 생각들을 두고 그 가운데서 균형을 펼친다는 논리다.

지금까지의 '정치'라는게 얼마나 이미지가 좋지 않았나를 실감하게 만들어주는 부분인데, [정치]라는 사전적인 의미만을 두고 생각한다면 중도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반드시 그 국가를 운영하는 방식에 좌나 우파같은 양립된 이념이 상존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떠오를 수 있는 발상이다.

그건 현상적인 판단일 수도 있고, 또는 드물게 좌우파의 이미지를 선입견으로 가지고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공무원들이 흔히 '정치적인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정치적인 활동이 아닌 공무의 목적으로만 움직이는 행동지침을 뜻하는 거지, 개개인의 정치성향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인즉 이 논리는 문득문득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진보적인 사고를 가졌다'는 것 조차도 일종의 카테고리화된 의견이다. 개개인의 생각은 그렇게 쉽게 분류화 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데도 어떤 틀을 가지고 생각하며 뭉치는 것이다. 왕왕 그런 것을 가리키며 '프레임에 갇힌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런 흐름에 쓸리지 않는, 소위 말해 카테고리화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일 수록 더더욱 자신을 중도적인 성향이라고 에둘러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에 대해 스스로를 중도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선입견의 파트를 나눈다.

이 사람들은 기존의 정치라는 것이 만들어 둔 이념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이거나,
'정치'라는 자체에 관한 논의를 귀찮아 하는 사람들이거나,
'정치'적인 물음이 가져올 결과를 귀찮아 하는 사람들이다.

스스로 국가라는 단체에서 소속되어 살아간다고 하면 자신의 삶 전체에 법제도가 어우러져 있는 걸 느낄 것이다. 그것은 모두가 해야만 한다고 논의된 것들이 모여, 결과적으로 상호간에 하기로 합의가 된 것들이고 그게 바로 정치적인 결과물이다. 때문에 중도라고 하는 중용에 가까운 생각은 좌,우에 필적하는 새로운 이념이 아닌 그보다 포괄적인 단계에 놓인 의식수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누군가 '당신은 정치적으로 진보적이냐 보수적이냐'를 묻는다고 할 때 딱히 그에 관한 생각이 없다면 차라리 '모르겠다'가 좀 더 나은 대답이 될거라고 본다.

굳이 시비거는 것도 아니고 "어중간한 것을 버리고 양극화로 가라는 이야기"를 하고싶은 게 아니라, 옳고 그름을 떠나서 존재하지도 않는 개념에 스스로 나서서 소속될 필요는 없다는 거다.

분명하지 않은 것은 그것대로 인정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지, 그걸 못하는 사람들이 억지로 조상님 정체성까지 끌어모은 결과는 잘해봐야 흑백논리로 치달을 뿐이다. 애초에 진보다 보수다 스스로의 이념을 결정짓는 것 자체도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보기 때문에.




"인간은 서로 비슷한 사람들이 한패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한패가 되고 나서 서로 비슷해진다." (황상민, 연세대학교 심리학 교수)

댓글 4개 :

  1. 자기가 중도라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가만히 이야기 해보면 그들 또한 진보 혹은 보수로 나눠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단지 자기가 어느 쪽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인지 생각하기 싫어서, 귀찮아서 중도라고 하는거죠.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닌데, 자기한테 분명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에 관한 거에 무관심에 가까운 태도로 행동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겐 별로 믿음이 가지 않더라고요. 조상들이 피흘려 얻은 민주주의라는 값진 결과물을 단지 귀찮다는 이유로 의무의자 권리인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전혀 쓰지 않는 사람들은 정말 맘에 안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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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제로 의미있는 행동을 긍정하는 여론이 다수가 형성이 되면 오히려 묘하게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분들이 계시죠. 마치 좋은 앨범이나 영화를 모두가 좋다고 하면 일부러 꺼려하는 것도 '여론이 다수로 몰리면 거기에 휩쓸려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하지도 않고 보지도 않겠다'는 심리가 얼추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그것이 [휩쓸리지 않겠다 = 휩쓸리지 않으니 중도적이다] 라는 흐름을 타고 가는데, 그런 모든 정치 피로감과 선택의 자유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도 오랜 세월동안 축적된 매스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일부로 이용되고 있다는 건 깨닫지 못하는 거죠.
      노출을 극대화하여 피로감을 축적하고 그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도록 하는. 흔히 한국사람을 냄비근성이라고 욕하는 근간에는 그런 식의 질나쁜 언론들이 있기 때문이란 것은 사람들은 잘 눈치채지 못합니다. 현재도 그렇고 상당히 낮은 수준의 황색언론들이 공중파에서 판치고있죠.

      그럴 때엔 본인이 어떤 생각과 방향을 갖고 있고 그게 어떤 정치적 연결고리로 이어지는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괜찮을텐데, 참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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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맞습니다. 뭔 일만 나면 과대포장에 중요한 정보는 하나도 안 알려주는데다 정치적 색채까지 띄는 언론들이 공중파에도, 지상파에도 널려있으니...

      미국의 편향적인 보도로 유명한 FOX뉴스도 한국에 오면 한수 접어줘야 할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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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이세상에 중립도 중도도 없습니다 방관자만이 있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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